The PEN Ten is PEN America’s weekly interview series. This week, Viviane Eng speaks with Choi Eunyoung, author of Shoko’s Smile (Penguin Books, 2021), translated from Korean to English by Sung Ryu, who also translates the story collection.

 

Choi Eunyoung headshot

Photo by Kim Hogeun

1. 사람들에게 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소설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오락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애들은 쉽게 놀이에 빠져들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아는데 어른이 되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어디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지 잘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나는 재미있으려고 읽고, 사람들이 내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기를 원하며 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협소한 의미의 재미가 아니라, 더 큰 의미에서의 재미와 즐거움이 소설에 있다고 생각한다.

2. 어린시절 책을 즐겨 읽었던 장소는?
어릴 때는 침대가 없어서 요 위에서 잤는데 보통 요를 깔아놓고 엎드려서 책을 봤다. 그 습관이 자라고 나서도 이어져서 책을 볼 때는 늘 침대 위에서 엎드려서 봤다. 목에 안 좋은 습관이어서 지금은 그렇게 읽지는 않는다.  

3. 내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첫 책이나 글은?
중학교2학년 때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여러 책을 읽었지만 <앵무새 죽이기>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잊고, 읽고 있는 나라는 존재도 잊고, 시간도 잊었다. 그때까지는 픽션과 논픽션을 가리지 않고 별다른 취향 없이 랜덤하게 책을 읽는 편이었는데 소설이라는 장르가 굉장히 멋지다고 느낀 첫번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여자는 침묵이 미덕이다’ ‘여자는 현명해야 한다’ 같은 말을 듣고 자랐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일이 그래서 늘 어려웠고 성장에 대한 욕구조차 때로는 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 . . . 내가 나 자신으로 존중받고 내 목소리가 거부당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글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나는 쓸 수밖에 없었다.”


4. 창작 과정은 어떤가. 어떻게 원동력을 유지하고 꾸준한 영감을 얻나.
나는 작업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이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백지에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쓰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완성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중간에 버리는 작업의 양도 많다. 작가들마다 소화할 수 있는 작업의 양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썼을 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작가 생활 초반에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 불안해하고 나를 채찍질했는데 그러다보니 나중에 번아웃이 왔다. 그래서 느긋하게 생각하려고 하고, 내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되 나를 몰아부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창작의 원동력이랄까 영감 같은 건 마감에서 온다.

5. 나의 정체성이 글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나는 한국에서 80년대에 태어난 여성이다. 내가 태어날 시기만 하더라도 아들을 갖기 위해 딸을 낙태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졌다.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교사들이 ‘지금은 여자애들이 공부를 잘하지만 잠깐이고 결국 남자애들이 더 잘하게 되어 있다’라며 여성은 열등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남자가 자기 주장을 하면 소신이 있는 사람이지만, 여자가 자기 주장을 하면 건방지고 독한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 ‘여자는 침묵이 미덕이다’ ‘여자는 현명해야 한다’ 같은 말을 듣고 자랐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일이 그래서 늘 어려웠고 성장에 대한 욕구조차 때로는 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분노가 쌓였고,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내가 나 자신으로 존중받고 내 목소리가 거부당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글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나는 쓸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진실’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 . . . 우리는 보통 타인과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단정하지 않나. 한 사람의 복잡한 내면과 삶을 무시한 채로 출신, 종교, 인종, 성별 같은 단순한 딱지로 한 사람을 규정짓기를 좋아하지 않나. 그런 식의 생각이 폭력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도 단정적으로 판단될 수 없으며, 어떤 삶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진실이 아닐까 싶다.”


6. 글쓰기 습관 중 시간이 지나며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해가 지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아주 늦은 시간까지 쓰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지만 직업 작가가 되고 나서부터는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일을 잠깐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상태를 많이 신경쓰게 됐다. 늦은 시간에 집중이 더 잘 되는 건 사실이지만, 신체 리듬이 깨진 상태로 글을 오래 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대한 해가 떠 있을 때 작업하려 하고, 늦게 하더라도 자정을 넘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Shoko’s Smile book cover7. 표제작 ‘쇼코의 미소’에서 화자인 소유는 어릴 적 친구로부터 언뜻 모순적인 내용의 편지들을 받는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내 사실과 진실을 구별해 서술한다. (“모든 세부사항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모두 진실된 이야기였을 거라는 걸.”) 사실과 진실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가. 진실과 소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진실’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사실이 선명하고 단정적이라면 진실은 보다 깊고 복잡하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손에 잡히지 않는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쇼코가 소유의 할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와 소유에게 보낸 편지가 서로 내용상 일치하지 않고 모순되는 것처럼. 우리는 보통 타인과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단정하지 않나. 한 사람의 복잡한 내면과 삶을 무시한 채로 출신, 종교, 인종, 성별 같은 단순한 딱지로 한 사람을 규정짓기를 좋아하지 않나. 그런 식의 생각이 폭력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도 단정적으로 판단될 수 없으며, 어떤 삶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진실이 아닐까 싶다.

8. 등장인물 중 한 영화감독 지망생은 글을 쓰며 겪는 좌절을 보여준다. 사회적 압박, 가면 증후군, 스스로에 대한 기대 등에 옥죄어 글을 써도 더이상 기쁨을 얻지 못한다. 예술을 하며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예술이 일로만 느껴지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하나.
나는 기본적으로 소설 쓰기를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원이 회사에 가서 일을 하듯이 소설가도 자기 방으로 출근을 해서 한 자리에 앉아서 지루함과 피곤함과 싸우며 일을 하는 직업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게 소설 쓰기는 내가 지금껏 해온 다른 노동들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내게 줬다. 다른 노동이 노동을 통한 목적(대부분 돈)에 집중하게 했다면 소설 쓰기는 소설을 쓴다는 행위 자체로 쾌락적 보상을 준다.

많은 시간 지루하고 힘들지만, 작업에 집중하고, 때로는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글을 쓸 때 다른 활동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나다움’을 느낀다. 노동이 때로는 나를 소외시켜야 하는 활동이라면, 소설쓰기는 나를 나답게 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다른 노동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책은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내 책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책이 되기를 바랐다. 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느끼고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되기를 바랐다.”


9. 새로운 독자층을 위해 내 책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색달랐던 점이 있다면? 영문판 출간을 준비할 때와 한국어로 책이 나왔을 때의 느낌이 다른가.
<쇼코의 미소>는 나의 첫 책이고, 장편소설도 아닌 단편소설집이다. 소수언어인 한국어로 쓰인 첫번째 단편소설집이 영어로 번역된다는 건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기대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는 ‘내 책’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번역가님의 작품이기도 해서 ‘우리의 책’이 나왔다는 느낌이 더 크고, ‘공저’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특별한 경험인 것 같다.

10.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겪으며 그 경험을 가감 없이 서술하는 인물들이 소설에 더러 등장한다. 그런 경험에 대해 쓰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세상 어디에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한국은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일 정도로 마음이 힘든 분들이 많다. 자신의 힘든 경험을 터놓고 말할 공간이 없는 사람들이 많고, 정신과 치료도 쉬쉬하며 받아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아픈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오래 생각했다.

나 같은 경우 나의 어려움을 상담사에게 말했을 때 많이 나아진 경험이 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책은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내 책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책이 되기를 바랐다. 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느끼고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되기를 바랐다.


Choi Eunyoung is a South Korean writer acclaimed for her nuanced yet poignant stories about women, queer people, victims of state violence, and other marginalized voices. She is the author of the bestselling story collections Shoko’s Smile and Someone Who Can’t Hurt Me, which have sold over 200,000 copies and 150,000 copies respectively in Korea and is being translated into several languages. Since her literary debut in 2013, she has received numerous accolades, including the Munhakdongne Young Writer’s Award (2014, 2017, 2020), Heo Kyun Literary Award, Lee Haejo Literary Award, and Hankook Ilbo Literary Award. Both of her story collections were selected as the best fiction title of the year by 50 Korean writers (2016, 2018). She has also published a Korean-English bilingual edition of her novella The Summer and contributed to many anthologies.